용의 숙명 . Морган Рай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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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증오해,” 개리스 왕이 분개했다. “네 약속들은 지금 어떻게 됐지? 내가 운명의 검을 들어올릴 거라는 네 확신은?”
펄스는 매우 불안한 표정으로 침을 삼켰다. 아무 말을 하지 못했다. 정확하게, 아무 할 말이 없었다.
“죄송합니다, 폐하,” 펄스가 대답했다. “제가 틀렸습니다.”
“넌 많은 걸 틀리지,” 개리스 왕이 단호하게 대답했다.
사실, 생각하면 할수록 펄스는 모든 걸 망쳐놨다. 실제로 펄스만 아니었다면, 자신의 아버지는 아직도 살아있었을 것이다. 그럼 개리스 왕은 이 엉망인 상황 속에 놓여있을 필요도 없었다. 왕권의 무게 또한 감당할 필요가 없었고 이 모든 것이 잘못 될 리가 없었다. 개리스 왕은 단순했던 과거가 그리웠다. 아버지께서 살아 계시던, 자신이 왕이 아닌 시절이 사무쳤다. 그 모든걸 다 되돌리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던 그대로 되돌리고 싶었다. 그러나 불가능했다. 이 모든 것을 원망할 펄스만이 눈 앞에 있을 뿐이었다.
“여기서 뭘 하는 거지?” 개리스 왕은 펄스를 압박했다.
펄스는 목청을 가다듬었다. 불안한 모습이 역력했다.
“저는 소문을…시중들이…떠드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폐하의 누이와 형제 분이 여기저기 파헤치고 다닌다는 이야기가 제 귀에까지 들렸습니다. 두 사람은 하인들이 일하는 곳에서 목격됐습니다. 살인 무기를 찾으려고 오물 통을 수색했답니다. 제가 폐하의 아버지를 암살할 때 사용한 단검이요.”
펄스의 한마디 한마디에 개리스 왕의 몸이 굳어갔다. 공포와 두려움이 온 몸을 마비시켰다. 이 보다 더 엉망인 하루가 있을 수 있을까?
개리스 왕은 헛기침을 했다.
“그들이 뭘 찾았지?” 개리스 왕은 바짝 마른 입으로 겨우 말을 뱉었다.
펄스는 고개를 가로 저을 뿐이었다.
“모르겠습니다, 폐하. 제가 아는 것이라고는 그 분들이 의심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개리스 왕은 스스로도 믿지 못할 만큼 펄스에게 증오심이 불타올랐다. 펄스의 갈팡질팡하는 태도만 아니었다면, 무기를 제대로 처리하기만 했더라면, 개리스 왕이 이러한 상황에 처할 리가 만무했다. 펄스 덕에 개리스 왕은 속수무책이었다.
“난 더 이상 같은 말을 반복하지 않을 거야,” 개리스 왕이 펄스에게 한 걸음 다가가며 입을 열었다. 그가 할 수 있는 한 가장 단호한 표정으로 펄스를 주시했다. “다시는 네 얼굴을 보고 싶지 않다. 알아 듣겠나? 이 곳을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말거라. 왕실 밖으로 널 좌천 보내겠다. 만약 네가 이 성안에 발을 다시 디딘다면, 널 체포할 것이다.”
“당장 떠나!” 개리스 왕이 고함을 질렀다.
눈물을 가득 머금은 펄스는 뒤돌아 집무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가 계단을 내려가는 발걸음 소리가 오래도록 울려 퍼졌다.
개리스 왕은 다시 자신에게 패배를 안겨준 운명의 검을 생각했다. 스스로 큰 재앙을 초래했다는 생각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스스로 절벽으로 자신을 몰아붙인 것 같았다. 지금 이 순간부터 그는 자신의 추락을 직면하게 될 뿐이었다.
개리스 왕은, 아버지의 집무실 석조 바닥 위 깊게 울리는 침묵 속에 홀로 서서 온 몸을 떨며 자신이 무슨 짓을 한 건지 생각했다. 이 보다 더 사무치게 외로울 순 없었다. 더 이상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이것이 왕의 자리인가?
*
개리스